Why Bigurum · 01 / Understand

필요를 먼저
이해합니다.

무엇을 만들지 정하기 전에, 왜 필요한지부터 묻습니다. 막연한 요청을 함께 풀어 구체적인 작업의 출발점으로 만드는 일. 비구름의 디자인은 충분히 듣고 정리하는 데서 시작합니다.

‘새롭게 보이는 것’과
‘지금 필요한 것’은 다를 수 있습니다

디자인을 바꾸고 싶은 이유가 처음부터 명확한 경우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포장이 오래되어 보이기도 하고, 경쟁 상품과 나란히 놓았을 때 눈에 띄지 않기도 합니다. 홈페이지에 설명을 많이 적었는데도 같은 문의가 반복될 수 있습니다. 이런 불편함은 충분한 출발점입니다. 아직 전문적인 말로 정리하지 못했다고 해서 의뢰할 준비가 안 된 것은 아닙니다.

이 홈페이지에서도 비슷한 질문을 다시 만났습니다. 작업과 에세이, 로고 설명을 차례로 보태다 보니 소개를 읽으려는 사람도 긴 안내를 모두 지나야 했습니다. 내용을 더 충실하게 만들려던 일이 오히려 읽는 부담이 된 것입니다. 이번에는 설명이 부족한지를 묻기 전에, 처음 온 사람이 어디까지 보고 무엇을 선택하면 좋을지부터 다시 정리했습니다. 필요한 것은 더 많은 소개 문장이 아니라, 메인과 상세 페이지의 역할을 나누는 일이었습니다.

다만 불편함의 원인에 따라 필요한 작업은 달라집니다. 상품의 차이가 드러나지 않는다면 핵심 설명을 먼저 찾아야 하고, 글자를 읽기 어렵다면 크기와 대비를 살펴야 합니다. 주문 정보를 찾기 힘든 화면이라면 색을 바꾸는 것보다 정보의 위치를 정리하는 편이 먼저일 수 있습니다. 만들고 싶은 결과물과 해결해야 할 문제를 구분하는 것이 첫 대화의 역할입니다.

비구름은 디자인이 모든 문제의 답이라고 말하지 않습니다. 공급 일정이나 상품 구성, 응대 방식에서 생긴 어려움이라면 그것도 함께 구분해야 합니다. 디자인이 도울 수 있는 범위를 알고 시작해야, 보기 좋은 결과를 만들고도 정작 필요는 해결하지 못하는 일을 줄일 수 있습니다.

처음에는 이런 이야기를 나눕니다

“어떤 스타일을 좋아하세요?”도 필요한 질문이지만 첫 질문의 전부가 되지는 않습니다. 우선 지금까지 어떻게 일해 왔는지, 무엇이 달라졌기에 새 디자인이 필요해졌는지 듣습니다. 실제로 받은 질문이나 사용 중인 자료를 함께 보면, 추상적인 취향보다 구체적인 판단의 근거를 찾기 쉽습니다.

  • 왜 지금 바꾸려 하나요? 새 상품 출시, 고객의 반복 질문, 새로운 판매 채널처럼 계기가 된 일을 듣습니다.
  • 누가 어디에서 보나요? 매대 앞에서 고르는 사람과 휴대전화로 비교하는 사람은 읽을 수 있는 시간과 정보가 다릅니다.
  • 본 뒤에 무엇을 할 수 있으면 좋을까요? 상품을 이해하기, 조건을 비교하기, 문의하기처럼 구체적인 행동을 정합니다.
  • 무엇은 반드시 지켜야 하나요? 기존 로고와 문구, 제작 규격, 일정, 예산 범위, 변경하기 어려운 조건을 확인합니다.

이 질문들은 평가를 위한 시험지가 아닙니다. 모르는 항목은 모르는 채로 남겨도 괜찮습니다. 다만 확인되지 않은 내용을 디자이너가 임의로 채워 사실처럼 표현하지는 않습니다. 누가 어떤 자료를 확인해 줄 수 있는지 정하고, 작업 전에 필요한 것과 진행 중에 보완할 것을 나눕니다.

“포장을 바꾸고 싶어요”라는
말을 조금 더 들여다보면

이해를 돕기 위한 가상의 상담 상황 · 실제 납품 사례가 아닙니다

“원료도 좋고 맛도 괜찮은데,
포장이 그만큼 좋아 보이지 않아요.”

농산품 가공업체가 이렇게 말한다고 가정해 봅니다. 곧바로 고급스러운 색과 그림을 고르기보다 현재 포장, 판매하는 곳, 구매자가 자주 묻는 내용을 함께 봅니다. 고객은 원료의 차이보다 어떻게 먹는지 궁금해하고, 선물용으로 고르려는 사람은 구성과 포장 크기를 찾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고급스럽게 바꾸기’보다 ‘용도와 구성을 쉽게 알아보게 하기’가 먼저 풀어야 할 과제가 됩니다. 확인된 상품의 장점은 앞면에, 사용 방법과 자세한 정보는 읽는 순서에 맞춰 정리합니다. 포장만으로 부족한 설명은 소개 카드나 상세페이지가 맡을 수 있습니다.

같은 요청에서 출발해도 무엇을 듣느냐에 따라 작업의 방향이 달라집니다. 대화가 충분하면 필요하지 않은 결과물을 무조건 늘리는 대신, 제한된 시간과 비용을 어디에 먼저 쓸지 판단할 수 있습니다. 이때의 목적은 판매 성과를 미리 약속하는 것이 아니라, 디자인으로 개선하려는 지점을 분명하게 만드는 것입니다.

나눈 이야기를
다시 확인할 수 있는 기준으로 남깁니다

좋은 대화를 했다는 느낌만으로 작업을 시작하면, 며칠 뒤 서로 다른 장면을 떠올릴 수 있습니다. 의뢰인은 ‘눈에 띄는 포장’을 생각했는데 디자이너는 ‘차분한 브랜드’를 만들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들은 내용을 짧은 문장과 항목으로 정리하고 같은 문제를 보고 있는지 확인합니다.

목적과 독자
누구의 어떤 어려움을 줄이려는 작업인지, 결과물을 보는 사람이 무엇을 이해해야 하는지 적습니다.
작업의 우선순위
이번에 꼭 해야 할 일과 다음에 해도 되는 일을 나눕니다. 추가 제작물은 필요와 범위를 따로 확인합니다.
자료와 확인할 사실
사용 가능한 사진·문구·로고, 아직 비어 있는 정보, 사실 확인을 맡을 사람을 정리합니다.
일정과 결정 방식
중간 확인 시점과 의견을 모을 창구, 최종 승인 방식, 제작에 필요한 시간을 함께 살핍니다.

이 정리는 정답을 고정하는 문서가 아닙니다. 진행 중 새 사실이 나오면 바꿀 수 있습니다. 다만 무엇이 달라졌고 작업 범위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함께 확인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렇게 남긴 기준이 다음 단계에서 시안을 고르고 수정하는 근거가 됩니다.

처음 상담이라면,
지금 가진 것부터 보여 주세요

완성된 기획서를 먼저 만드는 데 힘을 다 쓰지 않아도 됩니다. 현재 포장이나 화면의 사진, 기존 소개자료, 자주 받는 질문 몇 가지, 대략적인 사용 일정만으로도 이야기를 시작할 수 있습니다. 좋아하는 디자인이 있다면 어떤 점이 좋은지 한마디를 붙여 주세요. 반대로 피하고 싶은 느낌도 유용한 정보입니다.

  • 지금 사용 중인 포장·홍보물·웹페이지와 수정하고 싶은 부분
  • 상품이나 서비스의 특징, 주로 만나는 고객, 실제로 받은 질문
  • 보유한 로고 원본·사진·문구와 자료를 확인할 수 있는 담당자
  • 사용 예정일, 필요한 결과물, 생각하고 있는 예산 범위
범위는 대화 후 함께 정합니다

자료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모든 준비를 의뢰인에게 맡기지는 않습니다. 그렇다고 촬영·집필·개발·인쇄 등 모든 작업이 자동으로 포함되는 것도 아닙니다. 무엇을 직접 준비하고 어떤 도움을 받을지, 필요한 범위를 확인한 뒤 진행합니다.

관련 에세이 · 농산품과 디자인맛은 이미 충분했다. 다만, 전해지는 방식이 없었다. ↗

듣고 정리한 내용은 어떻게 디자인이 될까요?다음에는 메시지와 정보, 시각 요소를 하나의 방향으로 연결하는 과정을 살펴봅니다.

생각을 연결하는 과정